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정세의 큰 변곡점이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2022년 2월 전쟁 시작과 동시에 유럽 정세가 급변했다. 독일의 경우가 두드러졌는데,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가 ‘시대전환(Zeitenwende)’을 선언하고, 대러 강경책을 택하는 등 급격한 정책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을 넘어선 지구적 차원에서는 신(新)냉전의 서막으로도 읽힌다. 서방 대 반(反)서방의 이데올로기적 결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반(反)서방주의를 강력하게 표방하고 있고, 상당수의 국가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는 반대로 규칙기반의 국제질서를 강조하는 서방측은 나름의 이데올로기 차원의 단합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하고 참혹한 전장 상황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기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전쟁이 국제정치에 핵무기를 강력하게 소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논의의 방향은 제각각이다. 전쟁 초기에는 핵무기의 효용성 논쟁이 촉발되었다. 핵무기가 화두가 되면서는 국제적 핵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과연 핵 군비통제에 미래가 있는가?’라는 불안감 가득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금이 진행되는 논의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에 적절한 시점은 아니지만, 단편적인 논의의 일부라도 짚어보는 것이 모두를 위해 유익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환한 핵무기 논의의 제 국면을 간략히 살펴보고, 이것이 동아시아 전략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앞으로 핵 군비통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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