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민주당의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미국 정부의 핵전략과 정책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에 발표되었던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Report, NPR)』는 바이든 대통령과 새 행정부의 기조를 반영해 2022년경 새롭게 출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변화의 폭을 예단할 수는 없으나, 새 행정부의 핵전략과 정책의 변화가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 태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미국의 핵전력 현대화, 군비통제, 핵 군축 등에 관해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양당 간 정권교체 때마다 핵전략과 정책의 기조 변화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 태세와 교리도 일부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미국 행정부의 정권교체 이후 핵전략 및 정책의 변화 사례와 대북 확장억제 태세에의 영향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본 연구는 21세기 이후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인 조지 부시(George W. Bush)가 미국의 기존 핵 3축 체계를 새로운 안보환경과 미국의 역량 변화를 반영한 ‘신(新) 3축 체계(New Triad)’로 확대 개편하기로 한 것에 주목하여, 이후의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로의 정권교체 시기에 어떠한 변화가 더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세 행정부의 대북 확장억제 태세의 주요 특징과 차이점을 비교분석하고, 각 행정부의 핵전략 변화와의 상관관계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핵전략과 대북확장억제 태세를 전망해보고, 한국의 대응 방향을 간략히 짚어보았다.
21세기 미국의 정권교체와 미국 핵전략의 수사적 변화를 살펴본 2장에서는 부시, 오바마,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핵전략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확인하였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모두 탈냉전시대의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해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자 했다. 대신 다양한 유형의 적대세력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재래식 전력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다시 핵전력의 중심성이 강조되었지만, 앞선 두 행정부가 공통으로 추진한 핵-비핵 통합 역량 활용의 틀은 어느 정도 유지되었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유지해온 ‘최대 억제’ 개념도 세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의 핵전략 속에서 살아남았다. 핵무기를 보유한 지역 강대국 혹은 불량국가의 제한적인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핵 한계선에 관한 전략적 모호성도 유지되었다.
핵-재래식 전력의 통합 운용에 관한 세 정부의 전략적 수사는 유사했지만, 실제로 추구하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부시와 오마바 행정부 시기 동안 미국은 핵전력을 되도록 핵을 포함한 WMD를 보유한 적국의 공격에 대해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면서 미사일방어체계와 기타 WMD 대응 능력을 활용해 억제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 전략 공격의 범위를 확장하고, 비전략 핵무기를 비롯한 핵무기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적국의 재래식 공격도 그 수위에 따라 핵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맞춤형 억제전략은 핵전력의 유연성과 즉응성을 보다 강조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NFU 정책 채택과 핵무기의 유일 목적의 선언 도입에 관해서는 세 개 행정부를 거치는 동안 결정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부시, 오바마,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까지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워싱턴 내부에서 관련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결론적으로 NFU 정책과 유일 목적 선언에 관해서는 모호성을 계속 유지한다는 기존의 입장이 유지되었다.
21세기 미국의 핵태세 및 핵전력의 변화를 살펴본 제3장에서는 3축 체계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핵태세의 틀은 유지되고 있으며, 핵전력은 전략자산의 현대화와 비전략 핵무기의 증감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러시아와 맺은 군비통제 및 군축 조약에 따라 미국은 실전배치한 대륙간탄도탄, 전략핵잠수함, 그리고 전략폭격기와 작전운용하는 핵탄두의 숫자를 지속적으로 감축해왔다. 대신 예비 탄두를 통해 소규모의 여력을 확보하고, 방위산업기반을 강화해 위기 고조 시 작전 배치된 전력을 급속하게 증강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고자 했다. 핵전력을 보조해 함께 억제태세를 구축할 미사일방어체계와 비핵 타격체계에 대한 투자도 계속되었다.
부시 행정부에서 ‘사용 가능한 핵무기’의 개발과 핵 사용 한계선의 하향 문제로 좌초되었던 견고 표적관통 핵폭탄(Robust Nuclear Earth Penetrator), 그리고 ‘신뢰가능한 대체 핵탄두(Reliable Replacement Warhead)’ 사업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전략 핵무기 전력의 강화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 당시 폐기된 핵탑재 해상발사 순항유도탄(TLAM-N)도 트럼프 행정부의 비전락 핵무기 신규 개발사업 중 하나로 부활했다. 기존의 트라이던트 Ⅱ 잠수함 발사 탄도유도탄을 활용할 저위력 핵탄두도 개발되었다. 핵전력의 전략적 비중을 낮추려 한 부시-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핵전력의 중심성을 회복하고 더 강화하고자 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핵전략 기조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4장에서는 미국 핵전략 변화의 대북 확장억제 태세에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탈냉전시대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중요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아시아 지역의 동맹국을 대상으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임무는 미국 본토에 배치된 전략 자산이 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미국 해군이 보유한 탄도유도탄 핵잠수함 중 태평양해군에 배속된 8척과 항공모함 전단의 순환배치, 그리고 ‘폭격기 확증·억제’ 임무가 태평양 지역의 확장억제 태세 강화에 기여해왔다. 더불어 미사일 방어체계와 첨단 비핵 전력이 대북 확장억제 태세의 주요 전력으로서 핵전력을 보조하고 있었다.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 태세에 관한 문제도 식별되었다. 우선 미국이 미국과 동맹국의 ‘사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북한의 공격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관한 미국과 한국 간의 인식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지속적인 논의를 기반으로 한 공동의 인식과 이해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인한 위기상황 발생 시 한미 간의 서로 다른 기대로 인해 한미동맹의 연합대비태세가 기대만큼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었다.
또 다른 문제로, 대북 확장억제 제공이 역내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력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에 배치된 전략 핵무기로 보장된다는 점이 미국과 동맹 간 비동조화에 관한 우려의 한 요인이 되고 있었다. 동맹 간 비동조화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의 대가 치표적 공격을 감수하면서 확장억제 보장을 위해 본토에 배치된 전략 핵무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계속해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결론부에서는 미국의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의 핵전략 및 전력이 대북확장억제 태세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보고, 우리의 적절한 대응 방향을 간단히 모색해 보았다. 핵을 포함한 WMD에 의한 테러 공격, 지휘통제 체제와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첨단 정밀유도무기 체계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 등 공격의 잠재적 주체와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미국의 억제체계는 핵전력을 중심으로 확대되어 왔다. 핵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유형의 비핵 위협이 향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바이든 행정부는 미사일방어체제나 신흥기술을 적용한 첨단 비핵 전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과 같은 국가들이 지역분쟁 상황에서 제한적 핵 사용 혹은 위협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고 현상변경의 기정사실화를 시도하는 걸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비전략 핵무기를 도입하는 사업은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선언 정책(declaratory policy)에 있어서는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색채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NFU 정책과 유일 목적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지는 않지만, 두 가지를 미국의 핵전략 및 정책에 공식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나갈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단, 다양한 유형의 비핵 공격이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제기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계산된 모호성(calculated ambiguity)’도 유지될 것이다. 또한, 신행정부의 핵전력 규모와 태세도 최대 억제 개념하에서 설계될 것으로 예상되나, 즉각적인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위기 고조 시 예비전력과 급속 증강 역량을 통해 작전배치된 전력을 보완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확장억제 태세는 지난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본토에서 전개되는 전략자산이 전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새로 실전배치한 저위력 SLBM은 역내 주요 열점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어 확전의 위험이 높아질 때 이를 억제할 수단으로 운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대북 확장억제 태세는 이러한 틀 안에서 강화되어 나갈 것이다. 더불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의 개념에 따라 미국은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를 위한 한미 간의 더욱 긴밀한 군사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한미억제전략위원회 등과 같은 각급 협의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평가를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공동의 위협인식과 대응개념에 대한 이해를 심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방어망과 정밀타격체계를 비롯한 자체적인 핵 및 WMD 대응체제와 역량을 지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리고 통합억제 개념하에 전·평시에 다양한 군사 및 비군사 수단을 활용해 한반도의 안정을 관리하기 위한 동맹 및 역내 우방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협력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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