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컴퓨터가 인간의 지적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AI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제성장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도 전투력을 강화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로서 군수품에 적용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를 국방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 군도 육군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기존 획득방법으로는 AI의 고유한 특성을 군수품에 반영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AI가 적용된 군수품의 새로운 획득개념과 체계 정립방안을 연구하였다.
본 연구는 다음의 네 가지 주요 내용으로 구성된다. 첫째, AI의 개념과 국방 분야에서 적용할 때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둘째, 선진국들과 우리나라 국방 분야에서 AI 업무를 추진하는 조직과 관련 정책을 조사하였고, AI를 국방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셋째, AI 기술을 군수품에 적용하는 소요기획을 할 때 우리 군이 부딪힐 어려움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방안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국방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획득체계 발전 방향을 제언하였다.
AI는 인지·학습·추론이라는 3대 기능을 특징으로 하는 S/W 기술인데,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기계나 장비의 일부 기능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만들 수 있다. AI가 제 역할을 하는 데에 대체로 세 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지는데, 기능을 구현할 알고리즘(Algorithm), 학습시킬 충분한 양질의 데이터(Big data), 대규모 연산을 처리할 컴퓨팅자원(Computing resources)이 그것이다. 민간 영역에서의 AI 활성화에도 많은 제약이 있지만, 국방 분야에서는 데이터 수집이 어렵고, 운용환경이 제한되며, 인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는 제약이 추가된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모두 고려하여 ‘국방 인공지능’(이후 ‘국방AI’)을 국방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시스템(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의 전체 또는 일부 지적업무를 대체해주는 국방 S/W의 일종으로서, 데이터 학습을 통한 성능의 변화가 특징인 기술로 정의하였다.
앞서 확인한 AI의 세 가지 필요요소와 국방AI의 개념을 바탕으로 선진국들과 우리나라 국방AI의 조직, 정책, 기반환경을 조사하고 분석하였다. 선진국들은 다양한 국방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자 조직, 정책, 기반환경 구축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AI 5대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국방AI 업무를 전담하는 합동인공지능센터(JAIC)를 신설하였다. 중국은 다양한 무인 무기체계를 개발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국방AI 활용에서의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고 있다. 러시아는 AI 기술개발 10대 계획을 발표하고, 무인항공기와 위성을 포함한 통합 정보시스템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도 국방AI의 추진체계와 기반환경을 이제 막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육군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육군은 정책실 AI정책과, 교육사 AI연구발전처 등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육군 AI 발전 추진전략』을 수립하였다. 또한,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통합 플랫폼인 전장지능화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개발인력과 데이터 확보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AI는 데이터의 수집과 학습부터 자율임무 수행에 이르기까지 무기체계의 작전목표와 운영개념을 바꿀 수 있는 요소기술이다. 따라서 조직과 정책, 기반환경을 준비하면서 AI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획득절차도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획득과 운영유지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소요기획 단계에서부터 적절한 운영개념과 요구성능을 설정해두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소요기획 업무절차를 보면 AI의 특성 반영이 쉽지 않아보인다. AI 기술을 보유한 산·학·연으로부터 소요제안이 어렵고, 전투실험과 사전개념연구를 활용할 기반이 부족하며, 소요기획 문서를 작성할 때 AI의 특성을 반영할 방법이 모호하다. 육군이 AI전력 사업을 다수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AI전력의 소요 기획 업무가 늘어날 예정이므로 예상되는 제한사항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육군의 업무 범위 내에서 여섯 가지 대비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육군 기참부 내에 AI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정책실 AI정책과, 교육사 AI연구발전처, 민간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조하면서 소요제기 업무를 수행할 담당자가 필요하다. 전담조직이나 인력을 편성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AI정책과와 AI연구발전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둘째, 작전과 기술 측면에서 AI가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전투실험을 활용할 수 있다. 이미 규정화되어 있는 교육사 전투실험 통합개념팀을 활성화하면서 민간전문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소요제안서와 소요제기서를 작성할 때는 필요성, 운영개념, 전력화시기, 작전운용성능, 전력화지원요소의 각 구성요소에서 AI의 특성을 반영하여야한다. AI 적용 기능에 대한 단계별 요구성능 설정, 데이터 확보 및 적용방안 마련, 전장지능화센터와의 연동방안 기술 등을 제안하면서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작성 예문도 제시하였다. 넷째, AI전력의 육군 통합개념팀을 운영하여 육군 실무자들과 산·학· 연 전문가들에게 협업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 다섯째, AI전력은 획득 경험이 부족하고 기술기반 소요기획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전개념연구를 활용하기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규정상의 소요제안기관에 더하여 산·학·연을 독립적인 소요제안기관으로 규정에 추가하여 최신기술에 기반한 소요제안이 이루어질 방안을 논의하였다.
육군이 제기한 과제이기 때문에 육군이 소요기획 업무를 어떻게 대비할지를 주로 논의하였다. 하지만 육군의 범위에서만 업무의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국방AI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국방 분야 전체 관련 주체들에 적용되는 AI전력을 획득하기 위한 획득절차, 조직, 예산에서도 개선의 노력이 동반되어야한다고 판단하여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하였다. 먼저 획득절차 측면에서는 학습과 결과 피드백의 반복이라는 AI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반복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정립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조직 측면에서는 AI 기술과 데이터를 총괄하는 기관과 AI전력의 운영유지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담당하는 부서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예산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무기체계 내장형 소프트웨어의 유지보수 예산을 확보하여 AI의 업그레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방AI에 대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본 연구는 육군이 AI전력을 획득하는 데에 필요한 소요기획 및 관련 업무의 대비 방안을 제시하고, 국방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획득체계 발전 방향을 제언하였다.
본 연구는 AI전력의 소요기획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첫 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추후 국방부, 방위사업청,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이 AI전력을 획득할 때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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